경험/삶의 이유

생각하며 살기

채밥 2022. 1. 30. 20:52

한 번에 하나의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저는, 요즘 소화할 수 없는 많은 일을 하고 있어요.

 

크게 나누자면 집안일, 회사 일, 자기 계발 등의 개인적인 일 세 가지예요.

 

 

물론 한 번에 이 모든 일을 해내고 있지는 않아요.

 

회사 일에 집중하다 보면 개인적인 일과 집안일을 소홀해지고, 집안일을 하다 보면 개인적인 일은 할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죠. 그래도 꾸준히 병행하려고 노력했어요.

 

지금이 딱, 한 달간 집안일, 회사일, 개인적인 일을 함께 한 날이에요.

 

너무 힘들어요. 부족한 체력과 금전적인 이유로 더 쉽게 하지 못하는 저한테 화가 났고, 상황이 저를 도와주지 않는다며 탓하기만 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그런 말이 떠오르더라고요.

 

It is better to be a human being dissatisfied than a pig satisfied; better to be Socrates dissatisfied than a fool satisfied. And if the fool, or the pig, are of a different opinion, it is because they only know their own side of the question...

Mill, John Stuart (1998). Crisp, Roger (ed.). Utilitarianism. Oxford University Press. pp. 56–57. 

 

사실 떠오른 말은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배부른 돼지보다 낫다" 였는데, 더 정확하게 원문을 가져왔어요. ^-^ 

 

불만족스러운 소크라테스로 사는 것이 만족한 돼지로 사는 것보다 낫다. 불만족한 소크라테스로 사는 것이 만족한 바보로 사는 것보다 낫다. 여기에 대해서 돼지나 바보가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다면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돼지나 바보가 (소크라테스의 삶은 생각하지 못하고) 자신의 입장밖에 모르기 때문이다.

 

불만족스러운 소크라테스가 만족한 바보보다 낫지만, 막상 불만족을 겪어보면 다시 바보나 돼지가 되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오늘 딱 '아... 그냥 지금 상황에 만족하면 편할텐데... 그만할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스스로를 돌아보려고 해요.

 

돼지로 사는 게 더 행복할 수도 있죠.

 

집안일, 회사일, 개인적인 일 세 가지를 전부 해낼 수 있던 때가 있었어요.

 

바로 말하자면 회사일만 하고, 집안일은 해야될 때만 하고 개인적인 일은 안 해도 되는 때가 있었습니다.

 

바로 생각 없이 살 때에요. 

 

집안일은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내가 필요할 때에만 하면 됐었죠. 

 

출근할 때 입을 옷이 없을 때 빨래만 하면 됐었어요. 설거지나 분리수거, 청소는 제 일이 아니었습니다. 

 

개인적인 일은 할 필요가 없었어요. 하고싶은 공부도, 하고 싶은 이유도 없었으니까요. 

 

회사 일은 다른 데에 쓸 에너지가 없으니 그냥 하면 됐습니다. 가지고 있는 에너지로도 충분했어요.

 

 

이렇게 지낼 땐 행복했어요.

 

주어진 것에 만족했고, 애써 노력할 일도 없었고, 그냥 하면 됐었습니다. 

 

이렇게 지내던 때가 나쁘다는 건 아니에요. 지금 힘든 상황에서 이 때로 돌아가는 게 만족한 바보처럼 느껴지는 거죠.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하고 싶은 게 생겼어요.

 

하고 싶은 일을 구체화하고, 그걸 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걸 하고 싶어요. 

 

그래서 영어공부도 하고, 따고 싶은 자격증도 생겼습니다. 

 

그리고 우리 가족이 조금이라도 더 힘낼 수 있도록 집도 깨끗하게 유지하고 싶어요. 

 

회사 일은 해야 하는 일이니, 계속 하고 있습니다.

 

 

 

오늘 몸과 마음은 힘들었지만, 이렇게 정리해보니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게 기쁘고 감사합니다. 

 

힘들긴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에너지가 있었다는 것도 감사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한 달 힘 내서 기분 좋게 해보려고 해요. 

 

2월은 짧으니 더 빨리 한 달을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더 힘이 나기도 합니다. 

 

 

만약 힘든 일이 있다면, 살아가는 게 힘들다면, '나는 지금 불만족한 소크라테스의 삶을 살고 있구나' 생각해보시면 어떨까요?

 

만족한 바보의 삶으로 돌아가는 것도 좋은 해결 방법이지만, 내가 소크라테스로 살아가고 있다는 - 더 질 높은 행복을 좇고 있다는 - 데에서 에너지가 채워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 힘듦을 딛고 일어나서 모든 사람들이 만족한 소크라테스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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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설 명절 연휴라 그런가, 부족함이 많이 느껴졌어요. 

 

가족의 빈자리, 금전적인 아쉬움, 자기 삶을 살아가기 힘든 나와 우리 가족, 남자 친구.

 

그런 중에도 서로 다독이면서 힘내서 살아가는 우리들.

 

오늘은 저와 우리 삶이 완벽하지 않아서 힘들었어요. 탓하고,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자존감도 떨어지고...

 

그러나 제 마음을 정리하고 나니 힘들지만 기쁘게, 노력하며 살아가는 모습에 감사하고 힘들어도 자리를 지켜주는 각자의 모습에 서로 크게 사랑하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상황이 문제가 아니라 제 마음이 문제였던 것 같아요. 

 

 

연휴라 행복하신 분들께 부러움과 존경을, 연휴라 힘드신 분들께 위로와 응원을 전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