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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철학] 인지과학의 통합도전 - 마음의 구조 파악하기

채밥 2022. 6. 6. 00:35

인지과학은 철학, 심리학, 신경과학 등 각 학문의 경계에서, 각 학문들을 학제적으로 통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글은 "인지과학"[각주:1]책의 5장인 "통합 도전과 씨름하기"를 나름대로 해석, 요약한 내용이다.

 

인지과학이 학문 간 통합에 도전하는 이유

인지과학의 각 분야는 마음에 관한 설명을 내놓으려는 목적을 갖지만 상이한  도구와 이론을 다룬다. 이를 통합할 수 있어야 학제적이라는 것이  인지과학의 특징이 된다.

 

인지과학은 왜 학제적 통합에 도전하는가? 인지과학은 다양한 학문 간 환원을 꾀하고 통합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인지과학의 통합 도전은 과학의 통일성 문제의 한 부분이다. 모든 인지과학은 마음에 관한 설명이고, 마음은 자연계의 일부이다. 그런데 모든 과학은 자연계에 대한 설명이기 때문에 인지과학 역시 과학이라는 통일성 내에 포함되어야 한다.


인지과학의 통합도전이 진행된 방법 1: 이론간 환원

그렇다면 통합도전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하는가? 과학의 통합도전은 ‘이론 간 환원’ 개념으로 이뤄졌다. 이론 간 환원은 큰 대상을 다루는 학문이 작은 대상을 다루는  학문으로 일종의 번역이 가능하다고 보는 관계이다. 이론 간 환원 모형은 모든 과학들은 궁극적으로 가장 근본적인  형태의 물리학으로 환원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덜 근본적인 이론(T1이라고 하자)과 근본적인 이론(T2라고 하자) 간 환원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T1과 T2 두 이론의 용어들을 연계시켜서 두 이론이 호환 가능하게 만드는 방법이  있어야 한다. 기본 용어들을 연계시키는 번역 원리를 사용하여 수행한다. T1 구조의 핵심 요소들을 T2로부터 어떻게 유도할 수 있는지 보여줌으로써 T2가 T1의 작동을 적절하게 설명한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T1의 근본 법칙들을 T2의 법칙으로부터 논리적으로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 저자는 사례로 열역학과 통계역학을 들고 있다.

 

하지만 이론관 환원으로 인지과학이 물리학적으로 설명 가능하지는 않다.

인지과학과 물리과학은 '법칙'에서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론간 환원이 인지과학의 통합 도전에 적절한 방법론으로 작용되지는 않는다. 물리과학 법칙은 법칙‘으로’ 특정 사건이 설명되지만, 인지과학의 법칙은 통계적 규칙성을 통해 법칙‘을’ 설명해야 한다는 차이이다.

 

물리과학과 인지과학의 법칙에서의 차이는 예를 들어, 물리학에서의 열역학 제 0법칙(A~A^B~C => A~C)은 물체의 크기나 상태와 무관하게 온도를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는 근거가 되지만, 정신 물리학(심리학)에서의 스티븐스 법칙(Ψ = ks^n) 자극의 지각된 정도를 보고하는 일관적 예언의 성격을 나타내는 것으로 설명된다. 

 

이러한 차이는 과학 심리학의 방법론이 기능적 분해이기 때문에 발생한다. 기능적 분해란 인지능력을 개별적으로 동작할 수 있는 하위능력으로  나누며 설명하는 과정이다. 기능적 분해를 반복하면 인지적 차원을 가지고 있지 않은 기제에 도달한다.

 

인지과학의 기능적 분해는 '기억'을 통해 설명된다. 

기억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으로 분해해야 한다.  환자 A : 연속 단어를 기억하고 반복하는 과제 성과는 낮음. 자신이 읽었던 글 회상,  얼굴 재인, 길 찾기는 정상적.환자 B : 단어나 전화번호 반복 정상. 긴 시간에 걸친 정보 회상 성과 낮음.  결론 – 두 가지 상이한 유형의 정보저장이 있다.
기억의 기능적 분해 모형

 

즉, 물리과학과 기능적 분해의 설명모형 차이를 통해 이론 간 환원은 인지과학의 통합에서 시도할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물리과학과 인지과학의 '법칙'의 차이. 물리과학은 사례에서 법칙을 도출할 수 있지만, 인지과학(기능적 분해) 모형은 법칙을 설명하기 위해 사례를 분해해야 한다.


인지과학의 통합도전이 진행된 방법 2: 세 수준 가설

데이비드 마의 세 수준 가설과 통합 도전

인지과학의 통합을 가능케 하기 위해, 데이비드 마는 인지시스템을 세 개의 상이한 수준에서  분석해야 한다는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인지시스템이 해결할 정보처리 과제를 구체화하며 인지시스템의  역할을 규정할 수 있다는 관점이다.

데이비드 마의 인지시스템

 

데이비드 마의 인지 시스템에서 중요한 관점은 알고리즘 수준이다. 정보처리 과제를 처리할 때 문제를 받아들이고 이를 해결하는 중간에 알고리즘 단계로 분석 수준을 연계했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마의 알고리즘이란?

알고리즘은 유한 집합의 명령들이며 유한한 시간에 알고리즘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하고, 기계적이고 자동적이어야 한다(추측, 판단 불가)는 점에서 그렇다. 이런 관점에서 인지 시스템은 인지는 알고리즘에 따라 정보처리가 가능하도록 입력정보를 부호화하는 과정을 거친다. 알고리즘은 관점에 따라 구체적이기도 추상적이기도 한데, 알고리즘에 따르면 인지 과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구체적이지만 우리는 아직 인지가 어떻게 알고리즘을 따르는지 알지 못한다는 점에서 추상적이다. 

 

데이비드 마의 한계와 모듈 시스템
그러나 이러한 관점도, 모듈 시스템이라 불리는 제한적이고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유형의 인지시스템에만 적용할 수 있다는 한계를 갖는다.


모듈 시스템이란 다음의 다섯 가지 특징으로 설명된다.

  • 영역 특수성 : 한정된 영역의 구체적 임무로 상세화 됨
  • 정보 캡슐화 : 적절한 자극에 자동적으로 반응
  • 신속성 : 입력을 출력으로 빠르게 변화시킴
  • 고정된 신경구조 : 처리와 연관된 명확한 두뇌 영역 확인 가능
  • 구체적 와해 패턴 : 기능을 상실하는 과정이 확정적이다

이 모듈 시스템의 특징을 염두에 둔다면, 데이비드 마의 인지시스템 모형은 두 가지 관점에서 인지시스템을 완전히 분석할 수 없다는 한계를 갖는다. 

 

첫째 관점은 모든 인지 과제에 대한 알고리즘 분석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마의 인지시스템 모형은 인지시스템의 임부를 과제 수행으로 정의하고 과제를 확정적으로 제시할 수 있을 때에만 성립 가능하다. 하지만 보편적인 용어로만 인지 과제를 규정할 수 있을 때에는 알고리즘을 밝히기에 충분히 제한적이지 못하다. 예를 들어,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인지 과제가 있을 때, 이를 구현 수준에 이르게 하는 알고리즘을 밝힐 수 없다. 또한 특정 기능을 수행하도록 인지 시스템이 전문화되어있지 않은 경우-여러 모듈 시스템의 합력이 필요한 경우-에도 알고리즘을 분석할 수 없다.

 

둘째 관점은, 알고리즘이 계산적으로 추적할 수 있어야 하는데에 반해 우리는 비모듈 시스템에서도 인지시스템이 동작한다는 것이다. 즉, “주어진 상황에서 어떤 정보와 추리를 추구해야 할 것인지를 정확하게 확인하는 규칙들을 구축”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다. 

 

데이비드 마의 모형은 전체로서의 마음에 적용할 수 없기에  통합 도전의 해결책이 아니다. 따라서 ‘전체로서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모델이 필요하다.


인지과학의 통합도전이 진행된 방법 3: 심적 구조물 모형

전체로서의 마음: 심적 구조물 모형

전체로서의 마음을 구조화하기 위해서는 이론 간 환원 접근이나 세 수준 가설과는 전혀 다른 방향성을 가진 모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나타난 모형이 심적 구조물 모형이다. 심적 구조물 모형이란 모든 인지과학 분야를 아우르는 공통 가정에서 출발하여 그 기본 가정을  해석하는 서로 다른 방식들이 만들어낸, 전체로서의 마음에 관한 서로 다른 모형이다. 심적 구조물 접근은 인지과학에서의 서로 다른 성분들과 수준을 통일시키는 방법이기도 하다.

 

심적 구조물 모형에서는 인지를 정보처리와 동일시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이 관점은 모든 인지과학 분야가 공유하는 기본적 가정이기도 하다. 하지만 각 학문의 분야에서 쓰이는 ‘정보’의 의미나 개념은 서로 동일하다고 보장할 수 없다. 심지어는 같은 학문 범주 내에서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사용될 수 있는 개념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개별적 특성을 가진 ‘정보’도 인지과학에서 확신할 수 있는 일반화 개념은 존재한다. 

 

인지는 정보처리의 한 형태일 수 있는가

인지가 정보처리의 한 형태라는 기본 가정을 이해하기 위해 세 가지 질문이 필요하다. 

  1. 특정한 인지시스템은 어떤 형식으로 정보를 담고 있는가
  2. 인지시스템은 어떻게 정보를 변환시키는가
  3. 마음은 어떻게 체제화되어 있어서 정보 처리자로 기능할 수 있는 것인가

그리고 심적 구조물이란 주요한 세 물음에 대한 답의 집합이다.

 

1번과 2번 질문은 전체로서의 마음이 아니라 개별 인지시스템과의 관계에 적용하여 상이한 인지시스템이 상이한 답을 내놓을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각주:2]. 그렇다면 인지시스템이란 무엇이며, 실존한다고 할 수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지시스템은 수행하는 기능으로 규정될 수 있다. 인지과학자에게 이러한 기능은 정보처리 기능이다. 즉, 인지시스템은 정보처리 기능을 가지며 우리가 인지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정보처리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인지시스템의 실존 여부에 대해서는 우리가 적어도 ‘마음’이라는 인지시스템 하나가 존재한다는 것은 확신할 수 있으므로, 인지시스템은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인지시스템이 얼마나 존재할 수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3번 질문은 전체로서의 마음의 구조, 체제화와 관련된 질문이다. 해당 질문은 마음을 단일한 범용 정보처리 시스템으로 볼 것인가, 상이한 기제와 기능들로  분할하는 것이 필요한가, 후자라면 체제화의 원리는 무엇인가에 관한 질문이다. 즉, 마음의 전반적 구조에 관한 물음인 것이다.

 

심적 구조물 모형이란,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 그리고 마음이 체제화되어 있는 방식에 관한 모형이라 할 수 있다.

 

 

  1. 인지과학 Jose Luis Bermudez 지음 | 신현정 옮김 | 박학사 | 2012년 06월 01일 출간 [본문으로]
  2. 상이한 답의 필요성: 모든 형태의 인지에 적용할 수 있는 frame이 있는 경우, 심적 구조물은 '인지 구조물' 모형과 차이가 없어지기 때문에 특정 가설들이 상이한 방식으로 구현될 수 있고 어느 인지시스템에서는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의 여지가 있는 경우에만 심적 구조물 모형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인지 구조물이란, 인지활동에 관한 모형을 구성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도구 모음. 각 인지 구조물마다 정보처리에 관한 이론적 가정을 반영한다. [본문으로]